“무서워요. 도와주세요.”
고요한 밤의 적막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자, 수화기 너머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예기치 않은 임신·출산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위기임산부를 위한 소통 창구가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인데요.
임신 또는 출산으로 인해 삶의 막다른 곳에 선 위기임산부들이 이곳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13일부터 위기에 놓인 임산부를 위한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지난해 10월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 개설“상담 전화는 시간대에 상관없이 와요. 늦은 밤이나 새벽 1~2시에도 전화가 오는데, 그 시간대에는 거의 울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해 10월 13일부터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에서 상담을 진행 중인 (사)여성행복누리 이소옥 사무국장은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위기임산부를 위해 365일 24시간 언제나 열려 있는 ‘소통 창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하루에 1건 상담 전화가 올 때도 있다. 상담사들은 이 전화 한 통을 받기 위해 24시간을 대기하는 셈”이라며 “하지만 당사자에겐 그 전화 한 통이 자신의 인생을 구하기 위해 힘들게 낸 마지막 용기일 수도 있다. 적은 인원으로 365일 24시간 상담을 진행하는 게 힘들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상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13일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고민하는 미혼모 등 위기에 놓인 임산부라면 누구나 24시간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을 개설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수원에서 발생한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 등 최근 출생신고 없이 태어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위기임산부를 위한 지원 창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인데요.
이에 도는 제2의 영유아 유기 사건을 예방하고, 출산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임산부의 건강한 출산 및 양육을 돕기 위해 위기임산부가 언제든지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24시간 안심 상담과 돌봄, 지역자원과의 연계 등을 담당하는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운영 중입니다.
(사)여성행복누리 서은교 이사장(좌)과 이소옥 사무국장(우)은 위기임산부 지원은 출산과 양육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학·취업을 통한 자립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3개월 동안 위기 임산부 63명 상담 지원“당장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병원비가 없다고 어떻게 하냐고 해요. 그럴 때 임신 출산 바우처 카드 발급을 안내해요. 위기 임산부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있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출산과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임산부의 막막함을 해결하기 위해 개설한 경기도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은 개설 후 올해 1월(8일 기준)까지, 63명의 위기임산부에게 출산과 양육 문제, 보호(주거) 문제, 자립 지원 등 다양한 상담을 제공했습니다.
이소옥 사무국장은 “핫라인에 도움을 요청하는 위기임산부는 연령대는 물론이고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라며 “단순 정보 연계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습니다.
경기도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 공동 대응 및 지원 내용. ⓒ 경기도청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은 상담을 통해 출산과 양육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주거 및 자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적극 연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도움을 요청한 위기임산부는 전문 상담사의 초기 상담을 거쳐 ▲임신·출산 진료비(산전·산후 검사 및 출산비 등) ▲심리·정서 치료 지원 ▲신생아 양육 용품 지원 건강관리 ▲아이돌봄서비스 및 보호(주거) 지원 ▲법률지원 ▲교육지원(대안학교) ▲직접 양육이 불가피할 경우 아동보호체계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혼자 고민하기보다 이곳에 전화하면 전문상담가들이 상황에 맞춰 필요한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며 “지원을 통해 위기 상황이 종결됐어도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언제든지 다시 상담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안내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산‧양육 문제 해결부터 자립 지원까지“위기임산부가 아이를 출산했다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에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죠. 당장 눈앞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위기임산부가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종 목표예요.”
(사)여성행복누리 서은교 이사장은 위기임산부를 돕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학·취업을 통한 자립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운영 중인 (사)여성행복누리는 미혼모의 심리적 안정과 돌봄을 위한 숙식 공간과 함께 대안학교, 피부미용, 네일아트, 바리스타 등 다양한 학·취업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요.
이러한 자립 지원이 위기임산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된다는 게 서 이장의 생각입니다.
그는 “위기임산부는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길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이라며 “그런 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런 경험이 새로운 인생과 희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사)여성행복누리는 미혼모의 심리적 안정과 돌봄을 위한 숙식 공간과 함께 대안학교, 피부미용, 네일아트, 바리스타 등 다양한 학·취업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한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실제로 출산을 앞둔 청소년 미혼모 A씨의 경우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을 통해 (사)여성행복누리가 운영하는 미혼모자복지시설인 ‘여성행복누리아우름’에 입소하면서, 입양이 아닌 직접 양육을 결정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소옥 사무국장은 “A씨의 경우 상담 초기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꾸준한 상담과 함께 이곳에 와서 다른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학업과 취업 교육 등을 받으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품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 외에도 임신중절·출산 등 고민으로 정서 불안정을 겪는 여성,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여성 등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들이 위기임산부 안심 상담을 통해 안전한 출산과 함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안승만 경기도 가족다문화과장은 “가족,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못한 위기임산부들이 용기를 내어 핫라인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가 위기임산부 단 한 분도 놓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임신과 출산 등으로 고민하는 임산부라면 누구나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을 통해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카카오채널
(https://pf.kakao.com/_mNCHxj) 등 누리소통망을 이용하면 24시간 온라인 상담, 전문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상담도 가능합니다.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 지원 내용 |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은 위기임산부의 출산과 양육 문제는 물론 보호(주거) 문제, 학·취업을 통한 자립 지원 등 다양한 상담을 제공한다. ⓒ 경기도청
-임신·출산 진료비: 산전·산후 검사 및 출산비 등 -심리·정서 치료 지원 -신생아 양육 용품 지원 건강관리 -양육 환경 안정화: 도내 미혼모자복지시설(출산지원시설 4개소) 및 퇴소자 자립지원금(1,500만 원), 매입임대 주거지원 -학·취업 등 자립 지원: 대안학교 교육과정 이수로 교육 단절 위기 해소 및 진로·취업 기회 제공 -법률지원 -직접 양육이 불가피할 경우 아동보호체계 연계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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